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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고 하루만에 집이 팔렸다.
집을 보러 온 풋풋한 신혼부부는
집을 보자마자 눈이 하트가 된 게 보였다.
“너무 예쁘다”를 남발하다가
그 자리에서 사고 싶다 말을 하고 갔다.
집구경을 시작하고
첫 집이라는데 꽂힌 게 눈에 보였다.
난생 처음 가져 본 집이라 소중했고
타일 하나부터 조명,
선반까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어서 정말
아끼던 집.
소중히 여기던 집을 너무 좋아해 주니까
그게 또 그렇게 좋더라고,
우리 신혼 때 집 보러 다니던 생각도 나고.
그 부부가 다녀가기 전에
또 다른 부부가 집을 보러 왔었다.
그 부부는 하나부터 열 멀쩡한 곳까지
다 희한한 흠을 잡으려 들었다.
고운 내 자식이 억울하게 흠 잡히는 기분,
그렇게 잔뜩 흠을 잡고는
결국 사고 싶다 하고 돌아갔다.
재밌게도 그 흠을 잡던 부부가
집값으로 주겠다는 돈이 500만원 더 많았다.
그런데 우린 아무 고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
뒤에 온 부부와 가계약을 했다.
500만원을 손해 보고.
그제야 부랴부랴 전화가 한 통 더 왔다.
거기서 웃돈을 주겠다고 자기들에게 팔라더라
그래서 그 신혼부부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
아내나 나나 이문 남길 줄 모르는 사람이라
돈이 중요한게 아닙니다
딱히 갈등도 없고 고민도 없어요
우리가 좋으면 그만이고 돈이야 천천히 벌면 됩니다
돈이 많아서가 아니라
없는 살림이어도 원래 둘 다 천성이 그렇습니다
영악한 머리보다 투박해도 진솔한 태도가
훨씬 중요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말해주었다
태도가 승부를 가르는 순간은
생각보다 정말 자주 찾아온다.
오늘은 집을 산 신혼부부가 이사 들어오기 전에
이것저것 치수를 재러 왔었다.
맛있는 호두파이를 사가지고,
여전히 참 예쁘고 귀엽고 사람 좋은 부부다.
이 집이 우리에게 줬던 행운만큼,
그 이상 좋을 기운을 주기를.
참 좋은 사람들이 이 집의 주인이 돼서 기쁘다.